열대지방 산에는 온갖 먹을 열매가 많지 않을까 하여 살폈지만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따먹고 배탈도 나야 온 값을 할 텐데 이거 어디 없나 두루 찾았다. 바다나 집 주위 열매는 주인이 있을 것 같지만 여기는 따먹으면 되잖을까. 어디 없이 산에는 먹을 게 없는가 보다. 낙원도 아닌데 사과나 복숭아가 있겠나. 아니 바나나, 파인애플이나 망고가 없다. 그래도 우리 산하에는 산딸기, 머루와 다래가 있어 따먹으면서 혀가 시려 꼬부리곤 했는데 그런 재미가 없다. 거기다 벌·나비를 볼 수 없다. 가만 있는 숲속으로 움직이는 것이 그림처럼 어여쁜데 잉잉하는 소리도 사뿐사뿐하는 흔들림도 도시 안 보인다.
스콜이 내린다고 하더구만 건기인지 보름 넘게 있어도 밤에 두 번인가 내리고 낮에는 못 봤다. 이리 더울 때는 한 번씩 쏟아져야 식을 텐데 또 산속 어디에 잘못 앉았다가 뎅기열모기에게 뜯기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계속 보시랑 대면서 움직여야 하고 어디 꽃들이 피었나 싶어 보지만 없다. 우리나라는 들꽃들이 많은데 여기는 어찌 없다. 길섶이나 숲속에 보면 예쁜 꽃들이 보시시 피어나건만 산속에서 꽃을 보기가 힘들다.
사람 발바닥을 닮은 말레이곰이 얼마 전 탈출하여 청계산에 들어가 그 겨울 추위를 어떻게 감당하고 잡혔는데 이 산속을 가다가 욱하고 나타나면 어떡하나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갔다. 정상은 힌두사원과 레스토랑이 차지하고 있었다. 무슨 옛날 대포가 걸려 있는데 앞에다 둥근 쇠 알을 두드려 넣고 심지에 불을 붙이면 펑하고 날아가 맞으면 죽고 안 맞으면 안 죽는 포였다. 조지타운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바다를 가로질러 페낭대교가 길-게 뻗어 있다. 그 건너 도시와 좌측으로 드넓은 누릇한 벼논이 보였다. 한국은 연일 눈보라에 강추위라는데 이게 뭔가. 더워서 수영을 한다. 샤워를 한다 호들갑인데 희한한 나라이다.
고사리가 야자수처럼 나무로 된 것이 있었는데 더 멋있어 보였다. 높은 곳에는 가꾸어 놓은 꽃들이 보였다. 큰 나무에 굵고 붉은 꽃이 피었는가 하면 노란 꽃이 구름 피어나듯 푸른 숲속을 밝혔다. 가는 줄기 우듬지에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서 꾹 눌러 기름을 팔에 발랐다. 그만 아파 오고 욱신거려서 빨리 닦아냈다. 팜유나무 열매로 기름을 짠다 해서 이것도 그런가 싶어 해 봤는데 이상했다. 높은 산 위에는 여러 채의 집들이 있는데 아름다운 원색의 꽃동산을 이루었다. 차도를 따라 걸으며 전망을 하도록 되었다.
밀림을 들여다보니 우뚝한 교목(喬木)이 있는가 하면 제멋대로 자란 관목(灌木), 만목(蔓木)과 잡초들이 엉켜서 그 속을 다닐 수 없을 지경이다. 기어오르고 넘어뜨리는 칡넝쿨, 등나무, 다래, 머루와 담쟁이는 보이지 않아도 되게 어설퍼 보여서 들어가고 싶은 우리나라 숲과는 정나미가 다르다. 들어갔다가는 헤어 나오기가 어려울 것 같다. 방향도 어두워서 알 수 없을 것 같고 원숭이가 버글버글 하는데 또 무슨 짐승이 있을지 모르겠다.
페낭 섬은 엎드린 모양이 거북이를 닮았고 그 가운데 높은 산이 800여 미터이다. 그 정상을 가기 위해 등산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덥고 높아 식물원에서 정상까지 다니는 차량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 줄로 끌어올리고 내리는 케이불카인 후니쿨라 기차도 있다. 이 정상에서 보면 청색 바다가 옥색 바다로 보인다. 쪽빛 바다가 어쩌면 예쁜 연두색으로 보일까. 사방으로 시내, 항구, 바다와 육지가 다 내려다보이는데 아름다운 섬에다 명당 전망대이다.
(시조 시인이자 수필가인 강신구 씨는 지난해 아내와 함께 말레이시아 페낭에 정착해 타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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